결혼하고 나서 살이 엄청 쪘다. 식사량은 일정했는데 안 하던 군것질을 하게 됐고, 항상 집에만 있으면서 하루 종일 앉아서 생활하다 보니 활동량은 적어서 살이 찔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20대 땐 밥 한 숟갈만 덜 먹어도 살이 금방 빠졌는데 30대 땐 절반만 먹고 운동을 해도 살이 쉽게 빠지질 않았다. 그렇다 보니 운동을 하거나 살을 빼는 게 재미가 없어서 스스로 방치하기를 몇 년, 이제는 살을 빼는 게 문제가 아닌 삶의 질을 좌우하는 건강이 문제가 되었다. 오래 살 생각은 없지만 덜 아프면서 살아야겠단 생각에(어릴 때부터 잔병치레가 많았던 편), 정말 살기 위한 목적으로 운동을 하기로 결심했다. 그러면서 나는 무슨 운동을 하는 게 좋을까 고민하게 됐다.
예전에는 헬스장에 가서 트레이너에게 운동을 배웠는데 요즘은 유튜브는 물론이고 각종 소셜 미디어에 온갖 운동이 다 올라와있다. 그렇다 보니 집에서 무료로 운동을 배우면서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는데, 문제는 뭐가 제대로 된 정보냐는 거다. 나는 검색을 굉장히 잘하는 편이지만 나이를 한 살 두 살 먹어가면서 그게 점점 귀찮아졌다. 다시 헬스장을 가자니 내가 사는 곳 근처에는 아주 비싼 헬스장 밖에 없다. 그러다가 문득 나의 애플 기기를 활용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애플 피트니스 플러스란?
애플 공식 사이트의 설명에 의하면 애플워치로 구동되는 피트니스 및 웰빙 서비스로, 건강한 삶을 추구하는 모든 이들을 위한 것이라고 한다. 실력 있고 다양한 트레이너들과 함께 세계적으로 유명한 음악가들의 음악을 들으며 운동을 할 수 있는 매력적인 서비스다. 더불어 명상 프로그램도 있으니 마음 건강도 챙길 수 있다.
2022년 7월 현재 이용 가능한 나라는 미국, 호주, 브라질, 독일, 프랑스, 영국, 인도네시아, 사우디 아라비아, 스위스, 스페인, 아랍 에미레이트이고 제공되는 자막은 영어, 독일어, 프랑스어, 브라질 포르투갈어, 이탈리아어, 러시아어, 스페인어다.
정기구독하여 이용하는 서비스인데 가격은 독일 기준 월 9.99유로, 연 79.99유로이다. 만약 애플 원 프리미엄 서비스를 구독한다면 월 28.95유로에 애플 피트니스 플러스 외에 애플 뮤직, 애플 티비, 애플 아케이드, 아이클라우드 2TB 까지 이용할 수 있다.
* 애플 원 프리미엄 서비스는 최대 다섯 명까지 이용 가능하므로, 인당 5.79유로에 이 서비스들을 이용할 수 있으니 가능하다면 사람을 모아서 이용하는 게 좋을 듯 싶다.
애플 피트니스 플러스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애플워치가 반드시 필요하고 최소 시리즈 3 이상은 되어야 한다. 그리고 아이폰, 아이패드, 애플티비와 함께 사용할 수 있고 디바이스는 iOS 14.3 이상, iPadOS 14.3 이상, watchOS 7.2 이상, tvOS 14.3 이상이 필요하다. 최신 기능은 watchOS 8이 설치된 애플워치 시리즈 3 이상, iOS 15가 설치된 iPhone 6s 이상, iPadOS 15가 설치된 iPad, tvOS 15가 설치된 애플티비 4K 또는 애플티비 HD와 페어링 해서 이용할 수 있다.
애플 피트니스 플러스 앱 살펴보기
예전엔 '활동'앱이었는데 지금은 '피트니스'로 이름이 바뀐 앱에 들어가면 아래와 같은 화면이 뜬다.

맨 위에 나뉘어진 섹션들은 다음과 같다.

애플 피트니스 플러스로 할 수 있는 운동의 종류는 위와 같다. 최근에 댄스가 추가 됐으니 앞으로도 더 추가되거나 강화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주제별 추천 운동도 매주 혹은 계절 따라 바뀌지 않을까 싶다.


최근에 추가 된 컬렉션은 주제에 맞춰 코스를 추천하는데 '21일 상체 강화 운동' 과 같은 컬렉션에 들어가 보면 주별로 어떤 운동을 하면 좋을지 쭉 나열되어 있어, 컬렉션 주제가 내가 원하는 주제이고 이것저것 찾기 귀찮다면 따라서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 같다.
운동 하는 방법




애플워치를 찬 상태에서 운동을 클릭하면 바로 연동이 된다. 그래서 시작 버튼이 애플 피트니스 플러스를 켠 기기와 애플워치에 동시에 뜨므로, 아무 데서나 시작 버튼을 눌러서 시작하면 된다. 그러면 오른쪽 사진에서처럼 애플 기기에는 내 애플워치에서나 확인할 수 있는 정보가 뜨는데 운동 중에 현재 내 심박수를 확인하기 위해서 손목을 들어올릴 필요가 없다는 건 생각보다 큰 장점이다. 고개를 이쪽 저쪽 돌릴 필요 없이 운동에만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주 할 것 같은 운동은 라이브러리에 추가해서 따로 보거나 다운로드 할 수도 있으니 수많은 운동 속에서 헤맬 일이 없다.
애플 피트니스 플러스로 운동한 후기

나는 애플 원 프리미엄 한 달 무료체험으로 하게 됐다(생각보다 애플 원 프리미엄 안에서 사용할 수 있는 것들 다 잘 쓰고 있어서 무료 체험 끝나면 어떻게 할지 벌써부터 고민이다.). 처음이라 이것 저것 눌러가며 하다 보니 거의 한 시간 가까이 했는데, 시작할 땐 애플워치와 애플티비가 연결이 안 돼 20분을 헤맸었다.
결국 잘 해결했는데 어떻게 해결했는지 모르겠다. 혹시나 나와 같은 일이 발생하는 분들을 위해 기억나는 대로 말하자면 애플티비를 홈킷에서 연결 해제를 했다가 다시 하고 애플티비 설정에서 내 계정을 다시 어떻게 하고 나니까 됐었다. 어떤 기계든 오류가 났을 때 한번 껐다 켜보듯이 연결을 해제 했다가 다시 하는 게 해결 방법이지 않았나 싶다.
우여곡절 끝에 애플워치를 연결하고 운동을 했는데, 두 달 쉬었다가 한 거 치고는 50분 내내 잘 따라했다. 운동의 강도가 세지 않은 것들로만 해서 그랬는지도 모르겠다(근데 무릎이 아픈 거 보면 무리를 했던 것도 같고....). 하지만 다음날 운동했던 부위들에 근육통이 생긴 걸로 봐서는 생각보다 운동이 잘 되었던 것 같다. 그래도 아직은 조금 아리송하다. 이게 정말 효과적인 어플인가, 매월 10유로에 가까운 돈을 내면서 구독할 가치가 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내가 경험했던 다른 운동 영상들에 비해서 쉽고 재밌게 따라할 수 있었다. 음악이 한 몫 한 건지, 트레이너가 한 몫 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트레이너들의 긍정적이고 밝은 에너지가 느껴지는 게 신기했다. 그리고 그건 화면 밖 나에게도 전염이 되서(?) 신나게 운동을 할 수 있었다. 이틀 째 운동도 거의 한 시간 가까이 쉬거나 동작을 건너 뛰지 않고 정말 잘 따라했는데 살이 찐 뒤로 독기 없이 이렇게 끈기 있게 운동한 게 처음이라 하면서도 하고 나서도 놀라웠다. 앞으로 얼마나 갈지 모르겠지만 지금으로서는 정말 만족스럽다.
거기다 애플워치와 함께 아이폰이나 아이패드, 애플티비로 보면서 운동을 하는 건 정말 편하고 좋았다. 계속 나의 소모 칼로리를 확인하고 링이 완성 되어가는 모습을 보는 게 좋은 원동력이 되었다. 별 거 아닌 것 같은 장치들이 운동을 하는 데 있어서 힘이 되어줬다.
첫날부터 느껴지는 애플 피트니스 플러스의 단점
그러나 첫 날 운동하고 나서 몇 가지 단점들이 바로 보였다. 시작한 지 오래된 서비스가 아닌데도 미국 내에서 인지도가 높은 펠로톤과 많이 비교가 되던데 내가 보기엔 비교할 게 없다.
첫번째 단점으로는 운동 검색이 불편하다.
검색창은 아래와 같다. 트레이너들이나 운동 시간, 운동 배경음악, 운동에 필요한 도구들로 필터링 해서 검색을 할 수가 있는데, 운동 부위에 관한 필터가 없다. 근력운동 같은 경우는 상체∙하체∙전신으로 검색 가능한데 이것도 좀 부족한 느낌이다. 운동 영상 목록을 봤을 때 직관적으로 이게 어느 부위를 위한 운동이다라는 게 보여지지 않아서 그런 것 같다. 그리고 운동영상을 누르면 해당 영상에 대한 설명이 나오는데 코어운동(사실 이것도 굳이 이렇게 따로 나눌 필요가 있나 싶게 조금 번거로운 느낌)은 설명을 봤을 때 비슷한 운동들인 것 같으면서도 설명이 다른데, 내가 원하는 부위의 코어운동을 확인하기 위해선 일일이 영상을 눌러서 확인해야 한다. 이 때문에 운동 검색에만 15분 정도를 썼는데 여간 번거로운 게 아니다.


두번째로는 운동이 초보자가 하기엔 어려워 보인다.
나는 20대 때 운동을 꽤 열심히 했던 적이 있었는데 그 때 헬스장에서 트레이너를 붙잡고 운동을 배웠던 덕분에 홈트가 유행하기도 전에 집에서 혼자 운동을 할 수 있을 정도였다. 그 때 배운 게 커서 운동을 제법 잘 따라하는데, 만약 이런 과정 없이 그저 운동을 처음으로 마음 먹고 시작하는 걸 애플 피트니스 플러스로 하려고 하고 싶다면 말리고 싶다.
초보자를 위한 영상이 있으나 카메라가 운동하는 모습을 잘 못 잡아내는 느낌이다. 동작을 다각도로 자세히 보여준다면 따라하기도 수월할텐데 원거리에서 정면으로 혹은 대각선으로만 보여줘서 처음 하는 사람들이 보고 따라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나는 초보자를 위한 영상으로는 운동하지 않았는데, 다른 영상들은 동작 설명도 부족하다. 동작을 할 때 어디를 힘을 주고 어디를 어떻게 써야 하는지 이런 설명이 없었다. 때문에 운동을 할 때 몸을 쓰는 것과 호흡하는 것의 기본 원리를 모른다면 효과가 없거나 다칠 수도 있다.
세 번째로는 운동 영상 조작이 불가능하다.
내가 어떤 동작을 놓친다거나 자세히 보고 싶어서 되감기를 하거나 빨리감기를 하고 싶을 수 있는데 그럴 수가 없다. 일시정지, 종료만 가능하다. 사실 운동 따라하다보면 되감기, 빨리감기를 할 일이 없긴하나, 운동 하기 전후로 잘 몰랐던 동작을 연습하거나 숙지하기 위해 보려고 한다면 불편하고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애플 피트니스 플러스를 이용하려는 건
분명 단점이 많고 어떤 면에선 그게 치명적이지만 그런데도 계속 해보려는 건 애플 피트니스 플러스만의 신선함에 기대가 되서이다.
이제 시작한 것이니 어설프거나 간과한 면이 있는 건 당연할 것이다. 그래도 몇 번 하다 말 서비스를 큰 투자를 해서 시작한 건 아닐테니 앞으로 다양한 피드백과 연구를 통해 나아질 거란 기대가 되는 건 사실이다. 그리고 앞서 말했던 것처럼 운동을 끝까지 따라할 수 있게 하는 것만으로도 이용할 가치는 꽤 높다고 생각한다.
더불어 트레이너들이 동기부여가 많이 된다. 무조건 얼굴과 몸이 좋고 다 갖춰진 그런 트레이너만 나오는 게 아니라, 다양한 인종을 비롯해 의족을 한 트레이너나 임신부, 나이가 들어 주름이 가득한 트레이너, 큰 몸집을 가진 트레이너도 있어서, 보다 보면 내가 운동을 하는 데 있어 거칠 게 없다는 생각이 든다. 나처럼 평범한 사람도 운동을 충분히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고 실제로 그게 행동으로 이어진다. 이건 개인적으로 운동을 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요소라 생각하기 때문에 다른 단점을 이겨내는 장점으로 여겨진다. 처음엔 어설프고 못 할지라도 끝까지 따라가면서 꾸준히 해내는 건 어느 분야에서건 꼭 필요한 것이긴 하지만 운동을 하는 데 있어서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그런 엄청난 동기부여가 된다는 점에서 계속 시도하고 싶다.
이번 한 달의 체험으로 뭐가 얼마나 많이 바뀔 거라 기대는 안 하지만, 그래도 조금은 기대가 되는 마음으로 한 달 동안 열심히 한 뒤 후기를 다시 올릴 것이다. 운동을 하는 내내 일기처럼 따로 쓸까 생각한다.
그럼 내일도 파이팅!
'독일 이용기 > 건강∙생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애플 피트니스 플러스 한 달 이용 후기 (0) | 2022.08.16 |
---|---|
독일에서 구급차를 부르면 비용을 내야 할까? 아니면 보험 처리가 될까? (0) | 2022.08.07 |
[독일생활] 독일 긴급 신고 전화 - 110경찰, 112소방, 116117응급의료 (2) | 2022.06.28 |
[수정] 독일에서 은행계좌 열기-DKB 계좌 개설 + 15유로 추천인 링크 (후기 추가) (2) | 2022.06.24 |
[독일생활] 독일에서 Uniklinik대학병원 가기 & 후기 (0) | 2022.06.11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