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어쩌다 마인츠에서 Orgelspaziergang 행사를 했던 걸 보고 언제 하나 기다렸었는데 다행히 작년에도 개최됐었다.
이동하고 듣기 바빠서 사진은 많이 찍지 않았는데 혹시나 관심있는 분들을 위해 간단히 후기를 써볼까 한다.
올해(2024년)로 네 번째 진행되는 이 행사는 이름처럼 오르간 산책을 하는 것인데, 마인츠에 있는 몇 대의 오르간을 돌아다니면서 짧게 연주를 듣는다. 해당하는 성당이나 교회가 서로 멀리 떨어져있지 않기 때문에, 15분에서 30분 정도 간격을 두고 이동하는 편이다. 참가비는 무료고 주최하는 곳은 Landesmusikrat Rheinland-Pfalz다. 참가비는 기부를 받긴 하나 무료이고, 옷은 따뜻하게 챙겨입는 것이 좋다.
마인츠 지리를 잘 알면 더 좋다. 하지만 나눠주는 책자에 지도가 있어서 길 찾기가 어려운 일은 아니다.
24년 11월 17일에 진행 됐었는데, St. Ignaz를 시작으로 Christuskirche까지 가면서 연주를 들을 수 있었다.
보통 한 오르간에서 30분 정도 짧은 연주회를 한다고 보면 된다.
어쩌다 남편도 같이 가게 되어서 둘이 옷 든든하게 입고(이 날 비가 와서 엄청 추웠다.) 길을 나섰다.
1. St. Ignaz
이 오르간은 몇 번 연주회를 왔었기 때문에 더 기대가 됐다. 원래 아는 소리가 더 좋은 법이다(?).
이번 연주자들은 마인츠 대학에서도 특히 뛰어난 학생들이다고 설명을 들은 것 같은데, 정말 잘하긴 했다.
우리 옆에 이상한 사람이 앉아서 좀 떨긴 했지만 즐겁게 감상을 했다.
연주회가 끝나고 다음 성당은 정말 근거리라 여유롭게 나섰다.
2. Augustinerkirche
15분 텀이라 방심하고 갔는데 이미 사람이 빽빽해서 깜짝 놀랐다(걸어서 5분 거리).
그래서 이 다음부터는 빨리 나오고 빨리 걷기로 결심했다.
이곳은 Seminarkirche라고도 하던데, 마인츠 구시가지 중앙에 위치해 있다. 세계대전 때 피해를 거의 입지 않아, 1774년에 지은 오르간도 그 모습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중부 유럽에 몇 안 되는 후기 바로크식 오르간이라고 한다.
소리를 직접 들은 건 처음이었는데 어딘가 소리가 좀 작고 빈약한 느낌이었다. 스탑을 빵빵하게 쓰면 어떨지 모르겠는데 기대와는 조금 다른 소리에 살짝 실망할 뻔 했으나, 몇 세기 동안 살아있는 오르간에게(?) 너무 많은 걸 바라는 것도 욕심인 것 같았다. 듣다 보니 나름대로 좋아서 어쨌든 잘 감상했다. 연주자 한 분이 한국분이라 괜히 반가웠던...
3. Mainzer Dom
마인츠 대성당은 넓긴 하지만 좋은 자리에 앉고 싶어서 정말 부지런히 걸었다. 역시나 사람들이 그새 많아서(아마 중간에 합류한 사람들도 있어서 더 그런 것 같았다) 서두르길 잘했다 싶었다.
이곳 오르간과 연주하실 분의 연주는 항상 자주 듣기에 기대하고 말 것도 없었다. 믿고 듣는 :-)
자신의 실력을 잘 알아서 마음껏 치는, 어딘가 위풍당당한 연주였다. 아주 탁월한 선곡이었다고 생각했다.
4. St. Stephan
점점 해가 지니 더욱 추워졌다. 오들오들 떨면서 길을 찾아 가는데 앞에 곱게 차려입으신 할머니가 보였다. 이전에도 봤던 분이었는데 자세히 보니 Orgelspaziergang 책자를 들고 계셨었다. 이분도 계속 참여하시는 거구나, 하면서 뒤따라 가다가 우리가 지름길이겠거니 하고 중간에 빠져서 잠깐 헤어졌는데 다시 또 성당에서 만났다. 우리가 갔던 곳은 지름길이 아니었고 할머니가 가시던 길이 진정한 지름길이었다. 핸드폰 지도고 뭐고 다 필요없었다.
이곳은 샤갈의 유작인 스테인드 글라스가 있어서 유명한 성당이다. 워낙 연주 들으러도 자주 오고 미사 드리러도 자주 와서 성당 사진을 많이 찍지 않아 올릴 게 없다. 스테인드 글라스는 낮에 찍기 굉장히 힘들었는데, 날이 흐리고 해가 저물어가는 중에 찍으니 본래의 색감이 아주 잘 드러났다. 저런 스테인드 글라스가 온 창문에 있다. 평소 도슨트?와 함께 하는 투어도 있는 것 같으니 관심이 있다면 참여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이곳에서의 연주는 St. Stephan의 오르가니스트들이 연주했는데, 유일하게 전공자가 아닌 Ausbildung을 수료한 사람들이었다.
미사 반주만 하는 것도 아니고 이런 연주까지 함께 하는 것이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5. Christuskirche
이제 정말 해가 지고 어두워지면서 안 그래도 추운데 더 추워졌다. 한 겹이라도 더 껴입고 오길 잘했다며 부지런히 걸었다. 마지막 장소는 개신교회였는데,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어서 이런 곳이 있는지도 몰랐다. 구글 지도 켜서 가다가 아까 그 할머니를 다시 발견하고는 핸드폰을 집어넣고 할머니만 따라갔다. 남편이 이렇게 따라가면 할머니가 무섭지 않겠냐고 했지만 우리가 진짜 뒤를 바싹 좇는 것도 아니고 거리를 두고 가고 있었기 때문에(이상하게 할머니는 정말 천천히 걷고 계셨는데 숨이 찰 정도로 빠르게 걷는 나보다 속도가 좀 더 빠르거나 비슷했다) 전혀 모르실 거라고 했다.
개신교회는 확실히 분위기가 다르다. 정확히 어느쪽 교회인지는 모르겠으나 종교 시설이라기보다는 잘 차려진 회관 같은 느낌이었다.
어느덧 캄캄해진 창문을 보면서 마지막 연주가 시작됐다.
Buxtehude의 곡부터 해서 바흐의 BWV583까지 써 있었으나, 왜인지 모르게 BWV 582까지 연주를 했던 것이었다.
나야 아주 vielen vielen Dank여서 기꺼이 감상을 했더랬다. 지난 7월 쾰른 대성당에서 BWV 582를 너무 잘 듣고 온 후로 최애곡 중 하나가 되었는데 여기서 또 들어서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마지막 연주회까지 마치고 브레첼과 함께 샴페인을 마시는 자리까지 있었으나, 술을 못 하는 관계로 우리끼리 맥도날드에서 늦은 저녁을 먹기로 하고 나왔다.
하루 안에 이 많은 오르간들과 연주들을 들을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다. 그렇기에 정말 즐겁고 감사한 마음으로 참여했다.
올해도 별다른 일이 없으면 계속 할 거 같으니 기다렸다가 참여할 예정이다.
오르간에 흥미가 있거나 오르간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반드시 함께 하기를 추천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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