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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2022 Passionsspiel, Oberammergau

2022 Passionsspiele예수 수난극 여행기에 앞서

by 지타_R 2022. 9.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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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정말 우연한 계기로 Oberammergau에서 1634년부터 지금까지 세계대전 때를 제외하고(1920년 했어야 할 31번째 공연은 취소되고 1922년에 했지만 1940년 공연은 취소된 걸로 끝이다.) 지금까지 10년에 한 번, 5시간 분량의 Passionsspiele예수 수난극을 한다는 걸 알게 됐다. 한국에 산다면 '가보고 싶다'에서 그쳤겠지만 독일에서 살고 있으니 '이건 무조건 가야해!'가 되었다. 마침 2년 뒤인 2020년에 공연을 한다니 오래 기다릴 것도 없이 곧 하는 거나 마찬가지여서 운명처럼 느껴졌다. 당장 남편에게 알려서 가자고 했고 처음에 남편은 아주 조금 시큰둥했지만 열정적으로 설명하는(?) 나에게 넘어가, 홀린 듯이 예약하는 방법을 찾아 보았다. 하지만 예약은 공연이 있는 해로부터 1년 전에 가능했기에 기다려야 했다. 

 

그리고 2019년 여름, 문득 Passionsspiele 예약할 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이 났고 남편에게 말을 해서 찾아보았더니 이미 예약이 시작된 후였다. 생각보다 가격대가 있었고 공연장과 가까운 호텔은 이미 예약이 다 끝난 상태였다. 당시 가계 사정으로 남편은 잠시 고민을 했지만 기대가 최고조로 달한 나를 보고 조금 무리를 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조건으로, 그런데 바라지도 못 했던 기가 막히게 좋은 좌석으로 예약을 했다.

 

그런데 2019년 겨울, 중국에서 심상찮은 소식이 들려왔다. 우한에서 발생한 폐렴이 심각했고 하필 연휴가 코 앞이라 전염병이 중국 전역으로 퍼질까 염려된다는 뉴스였다. 그때까지만 해도 '저 폐렴에 걸린 중국인들이 해외로 나오면 일이 커지겠네' 하고 말았는데 정말 그렇게 될 줄이야... 

 

2020년 3월부터는 독일도 점점 환자가 늘어났다. 세계는 중국의 눈치를 보느라 우한 폐렴을 우한 폐렴이라 부르지 못 하고 코로나로 바꿔 부르게 됐고, 사람들은 많이 아프거나 목숨을 잃게 되어 집 안에 갇히다시피 머물러야 했다. 모든 게 멈춰버린 이런 상황에서는 아무리 기적으로부터 시작된 연극이라 할지라도 못 하게 되지 않을까 했는데 혹시나가 역시나였다. 주최 측은 공연을 2년 연기하기로 결정했고 예약 취소를 원하면 환불해주고 기다리겠다고 하면 2년 뒤에 자기들이 알아서 다시 연락을 주겠다는 메일을 보냈다. 이미 그 곳에 가기 위해 예약했던 비행기 티켓들과 숙소들, 짜여진 일정들을 위약금을 내며(그것도 꽤 많이) 취소를 해야만 했기에 잠시 고민을 했지만 이번에도 이런 일로 연기를 하는데 10년 뒤에 또 세상이나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고 미룰 수 있을까 해서 그대로 두기로 했다.

 

그렇게 2년을 기다리고 2022년 봄, 첫 공연이 몇 달 남지도 않았는데 연락이 없어서 메일을 보내봤더니 우리를 잊어버린 것이었다(...). 열이 받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런데 주최 측의 실수로 인해 원래 우리가 예약했던 자리에 앉을 수도 없었다. 더 열이 받아 취소할까 잠깐 고민도 했지만 이 또한 하느님의 뜻이겠지 하고 받아 들이기로 했다. 

 

공연 날짜가 다가올수록 좌석이 아쉽고 가기가 귀찮고 마음이 오락가락 했었다. 그리고 떠나기 전날엔 몸 상태가 안 좋았고 급기야 당일엔 아프기까지 했다. 가도 되는 걸까, 가지 말아야 할까 잠깐 사이에 엄청나게 고민을 했지만 아파도 가서 아프자 하고 떠나기로 했다. 그리고 나는 그렇게 결정했던 내 자신이 너무 기특하고 대견하다. 왜 살면서 죽기 전에 꼭 한 번은 봐야 한다고 하는지 알 것 같았다.

 

우리나라에도 Passionsspiele의 존재에 대해 조금 알려져 있긴 하지만 실제로 갔다는 후기를 아직까지 본 적이 없다. 그래서 이참에 어떻게 예약을 해야 하는지부터(벌써 4년 전이라 가물가물하지만) 가서 어떻게 움직이고 관람했는지 등에 대한 후기를 써볼까 한다. 안일한 생각과 집안 사정상 다소 촉박하게 일정을 잡아 시간에 쫓기듯 움직이긴 했지만서도 알차게 잘 다녀왔다고 생각한다. 다음 연극은 8년 뒤인 2030년이다. 한 번 보면 충분하겠다 싶었지만 2030년 공연 또한 보고 싶고 그러기 위해 지금부터 준비하려고 한다(돈을). 

 

혹시나 나와 같이 다음 Passionsspiele에 흥미가 있거나 가고 싶지만 잘 모르겠다 싶은 분들에게 약간의 동기 부여 혹은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그리고 이 감동과 추억을 잊지 않기 위해 여행기를 써볼까 한다. 

 

출처: 2022 Passionsspiele 홈페이지 https://www.passionsspiele-oberammergau.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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