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2022 Passionsspiel, Oberammergau

[2022 Passionsspiele, 5시간짜리 예수 수난극] Oberammergau & Ettal

지타_R 2024. 1. 2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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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9월 23일, 여행 둘째날이자 공연날이다.

차멀미가 심해 시내버스 5분만 타도 멀미가 나서 아파하는 나인데, 장장 5시간 거리를 아픈 상태에서 탔는데도 상태가 너무 괜찮았다.

그 긴 시간 동안 혼자 운전을 해야 했던 남편도 이상하게 상태가 아주 좋았다. 하느님이 이끌어주신 건가, 감사 기도를 계속 드리게 됐다.

Etahl로 향하는 중

우리의 숙소는 Oberammergau에서 차로 5분? 거리에 있는 Ettal이다. 

이 곳엔 Ludwig루드비히 2세가 성모님께 약속 드리며 지은 성 베네딕토 수도원이 있는데 베네딕토회 수도원 중 제일 크다고 들었다.
멀지 않은 곳에 루드비히 2세의 Schloss Linderhof린더호프 성이 있는데 이 성에서 보여지는 왕의 성향대로

수도원 또한 화려함의 극치를 자랑한다.

 

이 근방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풍경이다.

목가적인 풍경을 바라보며 여유롭게 Kloster Ettal에탈 수도원이다.

숙소 맞은 편에 위치해 있어서 체크인 하기 전에 구경왔다.

 

Kloster Ettal 입구. Kloster Laden은 수도원에서 운영하는 상점이다.

상점이 열기 전이라 나중에 구경하기로 하고 안으로 들어갔다. 

이 안엔 기숙 학교도 있기 때문에 주말에도 아이들을 마주칠 수 있는 것 같았다.

 

수도원 안에 있는 카페 1330
수도원 입구
수도원의 연혁과 수도원의 삶 등에 대한 내용
수도원 및 근방 안내도
100cm는 족히 넘어 보이는 십자가
이른 아침 수도원 마당. 왼편이 학교일 거다.

오전 9시 반 경이었던가? 이른 아침이라 사람이 별로 없었다.

산책하는 듯한 사람들과 관광객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전부였다.

 

Kloster Ettal

수도원은 생각보다 컸다. 외관은 그렇게 화려하진 않았지만 아주 멋있었다.

 

평화!

한글이 보이면 그렇게 반가울 수 없다.

 

수도원 성당 입구

얼마나 오래 됐을지, 세월이 느껴지는 입구다.

 

들어서면 깜짝 놀라 입이 떡 벌어지는데, 정말 너무 아주 화려하기 때문이다.

수도원 내에 있는 성당이 이렇게 화려해도 되나 싶을 만큼 정말 화려하다.

 

엄청난 천장

천장을 올려다 보면 마치 내가 하늘나라 입구에 와 있는 것 같다. 

날아서 들어갈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든다.

목이 아픈지도 모르고 한참을 올려다 보았는데, 입체적이고 멋있었다.

 

눈 닿는 곳마다 화려하고 예뻤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악기 오르간

어디 하나 안 예쁜 곳 없고 화려하지 않은 곳이 없었다.

세밀하고 세심하게 곳곳이 화려하여 놀라웠다.

이걸 만들라고 지시한 사람도, 또 이렇게 만든 사람도 대단했다.

 

제대

미국 단체 관광객이 지나가길 기다리다 찍은 제대(이날 연극은 미국 성당 단체 관광객이 80%는 차지했던 것 같다.).

 

여기도 천장이 살아있다.

이런 데서 살면서 미사 드리고 기도 드리면 어떤 기분일까?

 

오르간은 엄청 크진 않았는데 하얗게 너무 예뻤다.

내가 유로잭팟 당첨 되서 집을 지으면 이런 오르간을 집에 설치하고 싶다.

 

 

수도원 전경

이 성당 옆에 소성당이라고 불러야 할 것 같은, 하지만 작지 않은 경당같은 곳이 있었는데

수사님으로 보이는 분이 오르간 연습을 하고 계시는 듯해서 조용히 듣고 왔다.

거기 오르간도 소리가 너무 좋았다. 

 

수도원 상점도 문 열 때라 구경하면서 이것저것 좀 사들고 호텔 체크인을 하러 갔다.

 

 

Post Hotel

우리가 하루 묵었던 호텔.

Post는 우체국이다. 옛날에 우체국이었는지 이름에 Post가 들어간다.

솔직히 호텔은 별로였다. 이런 패키지가 아니면 묵을 일 없다.

가격에 비해 잠자리나 아침이나 음... 씻을 때도 어휴...

호텔에선 정말 잠만 자고 아침만 겨우 먹고 나와서 저렴했어도 아까울 판이었는데...

이제 알았으니 다음엔 안 갈 거다.

 

아무튼 호텔에서 짐 풀고 우리의 패키지에 있는 'Light Lunch'를 먹으러 갔다.

주차장도 배정 받았던가 그랬던 거 같은데... 

어떤 주차장을 콕 집어 찾아가서 주차를 하고 바로 거기서 운행하는 셔틀버스를 타고 극장 앞까지 갔다.

인파 속에서도 구경할 거 구경하고 살 거 다 사면서 식당으로 이동했다.

 

 

사람이 많고 복잡해서 외관을 찍을 생각을 못 했는데 우리에게 배정된 식당(?)은 Hotel Wolf다.

아마 제일 비싼 패키지를 결제 했다면 여기서 잠까지 잤을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극장과 가까운 곳은 아무리 비싸도 금방 매진이다.

 

식당 내부

안에 들어가니 연식이 있는 전형적인 독일 식당처럼 보였다.

직원들은 굉장히 바쁘고 정신 없었지만 그래도 친절했다.

룸같은 공간에서 먹어서 우리 포함 세 팀 뿐이라 비교적 조용히 식사할 수 있었다.
아무래도 단체 관람객이 많아서 넓은 곳에서 식사할 경우 너무 시끄럽고 정신이 없다.

 

메뉴판과 요리: 닭가슴살 BBQ, 돼지고기 스테이크

나는 닭고기, 남편은 돼지고기를 먹었는데 둘 다 맛있었다. 

만족스럽게 잘 먹고 극장으로 갔다.

 

여기를 보니 그렇게 가슴이 두근거렸다.

극장 앞에 사람들이 정말 많았다.

미국인들이 대부분이어서 가운데에 있음 내가 미국에 있는 건지 독일에 있는 건지 모를 정도였다.

인종은 백인이 90%는 되어 보였다. 우리같은 동양인은 거의 없는 거나 마찬가지.

 

극장 옆에 있던 목공예품 상점.

Oberammergau는 목공으로 유명한 곳이다 보니 이런 가게를 종종 볼 수 있다.

돈이 많았다면 사고 싶은 게 몇 개 있었는데... 유로잭팟 되면 사러 와야지.

 

사진에선 잘 안 보이지만 산 꼭대기에 커다란 십자가가 있다.

왜 산 위에 저렇게 커다란 십자가가 있나, 올라갈 수는 있는 건가 궁금해 하며(등반 가능하고 십자가 옆에도 설 수 있다.) 입장을 기다렸다.

더는 할 게 없어 패키지에 포함 되어 있던 대본집을 보고 있는데 왠 꼬마가 와서 독일어 버전, 영어 버전 다 있고 소리치면서 팔았다.

표만 산 사람들은 그 아이에게서 대본집을 구매했다.

 

극의 1부는 13시 30분부터 2시간 반, 2부는 19시부터 2시간 반이다.

그럼 16시부터 18시 50분 정도까지 휴식 겸 저녁 시간이다.

정말 5시간을 할까 싶었는데 진짜 5시간 하긴 했다.

 

무대

사진에선 잘 안 보이는데 무대 바로 앞 아래에 오케스트라가 있다.

그래서 음악은 녹음된 게 아닌, 현장에서 오케스트라고 연주하는 생생한 음악으로 들을 수 있었다.

 

야외 극장이지만 관객석은 천장이 있어서 비가 와도 안심할 수 있다.

다만 의자가 굉장히 작고 간격도 좁아서 옆사람이나 앞사람이 클 경우 공연 관람을 하는 데에 있어 불편할 수 있을 것 같다.

내 앞에도 키가 그리 크지 않은 남성이 앉았었는데, 무대를 꽤 많이 가려서 당황스러웠다.

그래서 1부 시작할 때와 2부 시작할 때 앞에 누가 앉느냐를 보고 남편과 서로 바꿔 앉곤 했다.

 

공연 시작을 기다리며 앉아있는데 내가 정말 여기 온 게 맞나 믿기지도 않고 실감도 안 나고 그러면서 엄청 떨렸었다.

과연 기대만큼 괜찮을까? 정말로 사람이 죽기 전에 꼭 한 번 봐야할 연극이 맞을까? 했는데

13시 30분이 되고 거의 60명에 육박하는 합창단이 나와 노래를 부르기 시작할 때, 

소름이 온몸에 끼치면서 2030년에도 다시 와야겠다고 결심했다.

 

 

극 중 사진촬영은 당연히 금지다. 그래서 주최측의 하이라이트 영상으로 대신 한다.

https://youtu.be/ix3Lf-o5KXs?si=qRFh0KvSORrTux7P

 

정말 이 모습 그대로 공연을 했다. 중간에 나오는 라이브 포토? 살아있는 액자? 뭐 그런 이름의 장면은

실제로 봤을 때 정말 더 멋있었다. 2010년 버전이 개인적으로 너무 멋있어서 이걸 꼭 보고 싶었는데,

그때와 같지 않더라도 이건 이거대로 또 너무 멋있어서 진짜 감동이었다.

극에 푹 빠져서 관람 했지만 마스크 때문에 머리가 어지러워질 때쯤(이때까지 우리 부부는 코로나를 엄청 경계했었다.),

쉬는 시간이 되어 일어날 수 있었다. 

시간은 16시가 조금 넘었었다.

 

극장 뒷마당과 근방

배가 그렇게 고프지 않았지만 식사를 해야했기에 점심식사를 했던 Hotel Wolf로 갔다.

극장 바로 근처라 금방 걸어갔는데, 만약 다른 사람들처럼 버스를 타고 이동해야 했다면 2부 시작 전 빠듯하게 왔을지도 모른다.


그때 당시엔 왜 사람들은 빨리빨리 착석을 하지 않는가 불만이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 어디에서 식사를 하느냐에 따라 그랬을 수도 있었을 것 같다.

한 회에 3천 명이 넘는 사람들이 관람을 하고 쉬는 시간엔 동시에 나와 식사를 하기 때문에

어지간한 식당들은 매우 붐볐을 것이다.

우리도 그렇게 빨리 들어가서 바로 주문을 했음에도 총 소요 시간이 한 시간이 넘었었다.

옆 테이블은 우리보다 빨리 들어왔는데도 디저트를 못 먹을 만큼 주문이 엄청 밀렸다.

그럼 그때 버스를 타고 이동했던 사람들은 마을 구경을 안 했더라도 돌아올 때 빠듯했을 것이다. 

그때 이걸 알았더라면 더 너른 마음으로 이해해줬을텐데.

 

하지만 자꾸 늦게 오는 사람들을 위해 비켜주느라 자리에서 일어설 때마다 짜증이 났던 건 사실...

 

아무튼, 식당에 들어가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받고 메인 메뉴를 골랐다.

선택할 수 있는 건 그것 뿐이었다.

 

어떻게 코스가 나오나 했는데 이렇게 나왔다.

나는 배가 부른 상태라 생선, 남편은 괜찮아서 돼지고기를 주문했다.

생선은 맛있긴 했는데 먹을 수록 느끼했다. 다음엔 남기더라도 고기 먹어야지.

사람도 많고 시끄럽고 주문은 한꺼번에 몰리니 가게 직원들도 너무 정신이 없어서 우리도 다 먹는 대로 곧장 나왔다.

따로 계산할 필요가 없으니 먹고 나올 때마다 무전취식 하는 거 같아서 기분이 묘했다.

 

마을 대부분의 건물들이 이렇게 예쁜 벽화들로 꾸며져있다.

저녁식사 후 시간이 되어서 간단하게 근처를 구경했다.

마을 자체는 크지 않아 다 돌아 보아도 세 시간이 안 걸릴 거 같았는데, 우린 시간이 없어 그마저도 다 보질 못했다.

다음엔 꼭 여유있게 오리라 다짐 또 다짐.

 

Passionsspiele에서 사용됐던 의상들로 꾸며진 천 박물관 벽면

 

이곳저곳 둘러보다 금방 2부 시작 시간이 되어 서둘로 극장으로 향했다.

 

2부는 저녁 시간이라 해가 지면 춥지 않을까 싶어 겨울 외투를 입고 담요도 챙겨갔었는데 그러길 정말 잘했었다. 어두워지면서 생각 이상으로 추워졌다. 더 큰 담요를 챙겼어도 됐었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9월 이후 관람할 예정이라면 겨울 외투와 담요를 꼭 챙기기를 추천!).

거기다 마스크는 5시간 이상 끼고 있으려니 머리가 아프고 숨이 막혀 죽을 것 같았다(하지만 이렇게 했기에 확진자 사이에 있었어도 안 걸렸던 듯). 하지만 극이 점점 잘 알고 있는 내용 대로 흘러가면서 마음이 아프고 눈물이 났다. 예수님이 채찍질 당하시고 십자가에 매달리실 때까지, 많은 사람들이 눈물을 훔쳤다.

 

+아니 근데 십자가에 매달리는 장면은 너무 실감나는 거 아닌가? 실제가 아닌 거 알면서도 조금 헉 했다.

 

고통과 감동을 넘나들며 관람에 집중하다 보니 어느새 끝이 났다. 여운을 되새길 틈도 없이, 우린 서둘러 나와 주차장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걸어가려면 걸어갈 수도 있었지만 그 시간에 그 어두운 곳을 사람이 많더라도 걷고 싶지 않았다. 다행히도 버스는 바로 왔고 우리도 바로 타서 기다리지 않고 주차장으로 갈 수 있었다. 버스를 타고 연극에 대한 감상을 조잘거리며 호텔로 갔다.

 

침대 이불 속에 숨어 있던 벌에 남편이 쏘이고, 나도 겨우 들어가야 했던 샤워부스에서 아슬아슬하게 샤워를 해야했고, 방은 그냥 그 자체로 이상했지만, 넘어갈 수 있었다. 연극이 주는 감동과 여운은 정말 컸다.

 

하느님과 하느님을 따르는 인간들에 대해 깊은 생각을 하며 억지로 잠에 들었다.

이렇게 정신없이 여행 이튿날을 보냈다.

 

 

+ 연극에 대한 간략한 이야기와 감상평

이 연극은 Oberammergau 사람들로 만들어진다. 스탭, 오케스트라, 합창단, 배우들 등등 모두. 정말인가 싶어서 알아보다가 말았는데 내가 찾아봤던 사람들은 모두 Oberammergau 출신들이었다. 그래서 중요한 역을 맡으면 그게 두고두고 자랑거리가 될 수 있다. 

농사를 짓기엔 척박한 환경에 나무 외에 마땅한 수입원이 없는 마을에게 이 연극은 중요하고 주요한 수입원이라고 한다.

이 연극을 한 번 하고 나면 마을 전체가 먹고 산다 할 정도이니, 새삼 연극의 규모 또한 엄청 크다고 볼 수 있다.

 

죽기 전에 꼭 봐야 하는 연극이라고 하는데 왜 그런 수식이 붙는지 보면 알 수 있다. 시작부터 소름이 쫙 돋고 끝나고 나서도 보러 오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 뿐이었다. 물론 중간에 조금 졸기도 했는데 딱 그때 쉬는 시간이 와서 괜찮았다.

마을에서 만드는 연극이라 다소 촌스럽지 않을까 했는데 극의 완성도와 규모는 내가 이제까지 봤던 그 어떤 연극과도 비교가 불가할만큼 가히 압도적이었다. 무대 앞 오케스트라(소리가 빈 곳이 없이 너무 완벽했다.)를 제하고 몇 십 명의 합창단, 그리고 아이부터 노인까지 모두 배우가 되어 무대에 오르는데(많이 올라올 땐 얼추 150명 정도 되는 것 같았다.)도 무대가 부족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어수선함 없이 깔끔하고 정갈하고 멋있고 딱딱 맞아들었던 연극이었다. 중간중간 사람들이 만드는 액자라고 해야하나 사진이라고 해야하나, 그건 진짜 살아있는 그림처럼 너무 멋있었다. 

 

그리고 당연한 얘기지만 모두 독일어로 진행된다. 하지만 기독교인이거나 예수님의 생애와 성경을 안다면 무난히 볼 수 있다.

공연장 앞이나 마을 곳곳에서 파는 대본집은 영어로 된 것도 있기 때문에 내용을 이해하는 데엔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이 이상 뭘 더 말할 수 있을까? 그저 추천하고 또 추천할 뿐이다. 

 

 

 

+ 여건이 된다면 정말 꼭, 꼭, 꼭! 보세요,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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